본문 바로가기

원신/책

원신 아흐마르의 이야기

반응형

변덕스러운 진령이 들려주는 태고의 이름 모를 신왕의 이야기.
진실성은 고증하기 어렵다

획득 방법 : 3.0 버전 수메르성 내 도서관 지혜궁

 


 

아흐마르의 이야기

 

사막 주민의 말에 따르면, 이 땅은 과거 「아흐마르」라는 왕이 통치했다고 한다.
그는 무사이자 원예가, 지혜로운 자의 왕이며 사막에 몰아치는 바람과 달빛에 하얗게 물든 모래언덕의 지배자이자 꿈과 올빼미의 울음 속에 숨은 천 한 가지의 진령이었다···.

사람들은 아흐마르가 하늘의 아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땅의 왕이라는 고귀한 신분에도, 세 대부족 백성의 추앙을 받아도, 종잡을 수 없는 진령의 숭배를 받아도, 하늘을 바라볼 때면  아흐마르는 하늘 높은 곳의 낙원을 떠올리고, 천백 년 전의 무정한 징벌을 추억하며 존귀한 고개를 떨구고, 설명할 수 없는 탄식을 내뱉곤 했다.
그럴 때면 밤꾀꼬리의 지저귐과 장미의 향기로도 그를 슬픔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었다.

사막 주민들은 추억의 속삭임이 종종 재앙의 시대를 예언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혜로운 이들이 안락함을 누리는 세계, 용감한 소년 소녀들이 용맹한 사자와 장미처럼 사랑을 속삭이던 시대에는 누구도 다가오는 재앙을 예견하지 못했다.
현재의 사람들이 어떻게 예사람들과 진령을 탓할 수 있을까?
가장 지혜로운 현자 헤르마누비스라 할지라도, 용과 호각을 다툴 수 있는 용사 부족이 천 년 후 시체를 먹는 악인으로 전락하고, 오멸된 영광과 유해가 황금빛 모래언덕에 여우언히 묻히리라는 걸 어찌 예견할 수 있겠는가?
수많은 현자를 배출한 지혜의 부족이 지금은 문헌을 모두 유실한 채 모래언덕을 떠돌며 노래하고, 진령만이 이해할 수 있는 노래로 우리의 방탕한 제왕을 애도할 줄은 또 어찌 예견할 수 있었겠는가?
현자의 말처럼, 끔찍한 재앙은 왕의 노골적인 우울함과 망상으로부터 비롯되어왔다.

그리하여 아흐마르를 따르는 세 간신은(이들에게 칠중, 또 칠중의 저주가 내리기를!) 왕에게 계책을 아뢰었다.

「폐하, 세계의 주인이시여, 온 대지의 왕이시여, 인간과 진령의 지배자시여」
재상의 수장, 양의 왕이 아첨하며 말했다.
「주제넘는 간언을 용서해 주십시오. 하지만 폐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옛꿈에 빠져 비통에 젖어있는 건 오래갈 수 없습니다. 이 땅의 권력과 지식은 무궁무진하니, 폐하께서는 천국을 뛰어넘는 왕궁을 세워 백성들에게 걱정 없는 미래를 하사하십시오」

「불가하다」 아흐마르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고, 양의 왕도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폐하, 하늘의 후예이시여. 마신들의 정복자시여, 현자들의 수장이시여」
서기 수장인 따오기의 왕도 권계했다.
「천백 년 전 천벌이 내려진 후, 지혜와 역사는 흩어지고 소실되었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왕께서는 과거를 손에 넣으셔야 합니다. 지금의 오아시스엔 『현재』의 지혜가 가득하지만, 『과거』를 되찾으려면 한시라도 빨리 움직이셔야 합니다」

「불가하다」 아흐마르는 지팡이로 바닥을 짚어 거절을 표했고, 따오기의 왕도 입을 다물어버렸다.

「폐하, 모래언덕과 오아시스의 주인이시여, 생자와 망자의 인도자이시여, 모든 원소의 전령이시여」
모든 지휘관의 수장, 악어의 왕이 직언했다.
죽은 생명을 되살리고 잃어버린 기회와 꿈을 되찾을 마지막 기회입니다. 권력이 높은수록 더욱 공허해지는 법이고, 지혜로울수록 번민에 시달리지요. 망상의 공허가 아닌, 거듭되는 부활과 영생불사의 생명만이 끝없는 후회를 채울 수 있을것입니다

아흐마르는 침묵했다.

「허하노라」

제멋대로인 왕은 세 신하의 참언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아흐마르는 백 년, 또 백 년으 시간을 들여 자신의 왕국에 거대한 미궁을 세우고 자신을 그 깊은 곳에 가두었다.
그리고 금지된 지식을 탐구하여 육신과의 연결을 끊는 영약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그 후 발생한 일들은 되짚어서는 안 될 지식이며, 이성적인 역사에 의해 영원히 잊혀야 한다.

사막 주민들의 전설에 따르면, 지혜와 권위의 왕국은 하룻밤 사이에 업보의 모래 속에 묻혔다고 한다.
아흐마르는 결국 자신의 뼈와 피에서 지혜를 뽑아냈으며, 그 지혜는 구불구불한 뱀처럼 영원하고 한없이 깊은 곳을 향해 있는 회랑, 계단, 통로와 기둥에 담겼다고 한다.
그들은 아흐마르의 육신이 왕좌 위에서 서서히 썩어갔고, 거대한 벌레가 그 시체를 조금씩 갉아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흐마르의 영혼은 비명을 지르는 수많은 왕국의 영혼과 하나가 되어, 울부짖는 종말에서 배회한다고 했다.
때론 방향을 잃고 뱀처럼 구불구불한 어둠의 회랑을 따라, 끝없는 심연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가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수천만 명의 지혜는 하나로 모이게 되었다. 고독한 지혜는 결국 광기로 변하는 법이다.
그렇게, 아흐마르가 세운 그 자신에 의해 멸망하고 말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 밤이 도래하자 사막이 흔들렸고 아흐마르의 성도의 거대한 보석이 박힌 일곱 겹의 성벽이 무너져 내렸다.
일천일 개의 기둥이 광풍 속에서 덜덜 떨렸고, 그 위에서 내려다보던 황소와 그리핀까지 쓰러져 마지못해 황금빛 품에 안겼다.
현자와 어리석은 자, 영웅과 필부를 막론한 수많은 주민이 그날 밤의 소용돌이치는 모래 폭풍 속에서 사라졌다.
살아남아 도망친 이들은 영원한 침묵에 빠졌다.
사람들은 그들이 금지된 지식을 누린 죗값으로 모두 맹인과 벙어리가 되었다고 한다.
현자들은 지식을 독점하려든 건 우매하고 어리석은 짓이며, 우매함의 벌은 바로 우매함 그 자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역사를 잃은 어리석은 자들의 자손인 「도금 여단」은 이렇게 말한다.

우린 잃어버린 땅에서 돌아왔으며
세월의 하늘을 바꾸었다.
더 이상 공포에 굴하지도,
신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을 것이다.
우린 철과 같은 모래바다를 건너
돛을 펼치고 모래 바다 끝으로 갈 것이다.

 


 

 

 

반응형